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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공의 궤적과 분리각

당구공의 궤적

당구공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하나 둘이 아니다. 수구와 적구의 충돌 두께가 동일하더라도 수구의 회전방향이나 회전수, 스트로크의 강도와 타법 등에 의해 이동궤적은 천변만화로 달라진다. 또 공의 크기와 질량, 쿠션의 높이와 반발력, 큐의 팁 모양, 온도, 습도 등도 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당구공의 이동궤적을 단적으로 공식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규정 체육과학연구원(KISS) 스포츠과학연구실장은 "이 때문에 프로선수들도 과학적 원리보다는 경험에 기반한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김정규 광저우 아시안게임 캐롬 국가대표팀 감독에 의하면 세계랭킹 4위 김경률을 비롯해 토브욘 브롬달, 딕 야스퍼스 등 세계적 선수들조차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당구공은 완전탄성체

그렇지만 물리학자들은 당구 동호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하나의 대전제를 통해 실력 향상에 유용한 법칙을 찾는 게 가능하다고 말한다. 당구공은 완전탄성체라는 전제가 그것이다. 완전탄성체란 반발계수가 1인 물체다. 이때는 수구와 적구가 정면충돌할 경우 수구가 지닌 운동에너지의 100%가 적구에 전달되며 이를 완전탄성충돌이라 한다.

캐롬 당구의 분리각 90도 법칙

이 가정 하에서는 수구의 상․하에 스핀을 주지 않고 스트로크 했을 때 수구와 적구는 충돌 후 항상 90도 각도로 분리된다는 '90도 법칙'이 성립한다. 일례로 수구가 적구의 2분의 1을 맞추면 수구는 진행방향에서 우측으로 60도, 적구는 좌측 30도로 분리되고 3분의 2를 맞추면 각각 70도와 20도로 분리돼 90도가 유지된다.

실제 분리각은 85도

그런데 당구공은 완전탄성체가 아니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데이비드 알시아토레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포켓볼 전용구의 반발계수는 0.93 정도다. 골프공의 0.83보다는 탄성이 좋지만 그래도 완전탄성충돌을 일으킬 수는 없다. 또한 수구의 운동에너지는 당구대 바닥 천과의 마찰열, 적구와의 충돌음으로 일부가 사라진다. 그 결과 실험으로 확인된 분리각은 약 85도였다. 공의 크기가 큰 캐롬에서는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더 클 수밖에 없다. → 당점에 따른 분리각과 궤적의 변화

포켓볼의 30도 법칙

이 법칙은 전진 회전이나 무회전 상태의 수구가 적구의 4분의 3에서 4분의 1 사이를 타격하면 수구는 당초 진행방향에서 약 30도 꺾여 분리된다는 의미다. 정확히는 충돌 두께가 2분의 1일 때 33.7도, 4분의 1 및 4분의 3일 때는 27.3도 방향으로 진행한다. 연구팀은 이 법칙을 응용, 적구를 맞힌 수구가 포켓 속에 빠지는 낭패를 막거나 스트로크의 힘을 조절해 다음 공격에 유리한 위치로 수구를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의 실전 활용법은 간단하다. 사진을 찍을 때처럼 인지와 중지로 V자를 만들고 한 손가락을 수구의 스트로크 방향에 맞추는 것이다. 그러면 두 손가락 사이의 각도가 약 30도를 이루기 때문에 나머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이 수구의 이동방향이 된다. 출처: 서울경제신문 (201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