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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씨(奈良氏)

일본어에는 한국어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구다라(百濟)’와 ‘차(茶)’, ‘바지’ 등이 그 예다. 그 중에서도 ‘나라(奈良)’는 한국어로는 국가라는 뜻인데, 일본 관서지방의 나라현의 지명이기도 하다. 나라현은 고대 일본의 왕도였다. 한국어의 ‘나라’가 고대 일본의 왕도의 명칭으로 지금까지 내려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일본의 한 지명사전에는 이렇게 밝힌다. “나라는 국가라는 뜻이다. ‘야마토’ 지역의 옛날 땅 이름이며 상고시대에 그 고장을 점령하고 있던 한국 출신의 사람들이 붙인 이름으로 본다”.

또 다른 일본고어사전에서도 “나라는 야마토의 옛 이름이며 나라는 한국어로서 국가를 뜻하기 때문에 상고시대에 이 고장을 점거하고 살던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고 밝힌다. 홍윤기 충남도 백제사 정책특보는 “더 이상 부언할 것도 없이, 고대 일본의 왕도였던 나라의 지배자가 한국인이었음을 웅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놀라운 점은 ‘나라’는 단지 지명에만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서기관급에 해당하는 나라현의 국제관광과장은 성이 ‘나라’이다. 나라(奈良)라는 지명과 같은 한자를 쓴다. 이 여성 공직자의 성은 본래 나라가 아니다. 일본은 남편의 성을 따르므로 결혼 후에 성을 나라라고 바꾼 경우다. 나라현의 국제관광과장이 나라라는 점은 고대 백제의 일본 진출과 한·일 교류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심장한 시사점이다.

나라 과장이 나라현으로 부임하게 된 배경도 이채롭다. 아라이 쇼고(荒井 正吾) 일본 나라현 지사가 총무처에 근무하던 나라 과장을 스카우트했다고 한다. 내년(2010)은 일본 고대왕이 나라현에 도읍을 정한 지 130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나라현은 나라 천도 1300년 기념사업을 성대하게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권 자치단체와의 교류사업도 적극적이다. 나라 천도 1300주년의 국제적 문화관광사업은 당연히 나라 성을 가진 사람이 해야 된다는 게 아라이 쇼고 지사의 생각이란다.

나라 과장은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전한다. 1590년 일본 통일을 이룩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나라 성을 가진 사람들을 박해했고 이 때문에 당시 나라현에 살던 이들이 전국으로 흩어져 살아야 했다고 한다. 또 대부분 사람들이 나라라는 성을 버리고 숨어 살다시피 했지만 근대 들어 다시 성을 되찾아 쓰고 있다고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나라 성을 가진 사람들을 왜 박해했을까.

나라 과장은 말한다. “확실히 알 수 있는 없지만 나라 성을 가진 사람들이 아마도 백제의 후손이었을 것이고 그것을 매우 운명적으로 느낍니다.” 백제의 운명과 그 운명의 역사를 일본 속에서 다시 재발견하게 하는 메시지다. 출처: 대전일보 (2009.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