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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초의 불교사찰 시텐노지(사천왕사)

일본 오사카부(大阪府) 오사카시(大阪市)에 있는 시텐노지(四天王寺)는 일본 최초의 불교 사찰이다. 시텐노지는 일본 불교사에서 상징적인 사찰이다. 불교를 반대하던 세력을 물리치고 일본에 불교를 뿌리 내리게 한 쇼토쿠 태자가 처음 건립한 사찰이기 때문이다.

시텐노지는 백제의 양식을 빼닮았다. 중문과 오중탑, 금당이 일직선으로 이어지고 그 둘레를 회랑이 에워싸고 있다. 국내 사학계에선 부여의 군수리 절터와 같은 양식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시텐노지는 그 역사성 만큼이나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점도 있지만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늘 참배객들로 넘쳐 난다.

시텐노지는 한국인에게도 매우 각별한 의미를 지닌 사찰이다. 경내에는 ‘무대강’(舞臺講)이라는 이름의 돌로 만든 무대가 있는데 백제인 음악무용가 미마지(味摩之)가 기악무(伎樂舞)를 제자들에게 가르치거나 공연을 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무대강에선 시텐노지를 건립한 쇼토쿠 태자의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시텐노지에서 열리는 ‘왓소 마쓰리’라는 축제도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매우 뜻깊은 행사다. 왓소 축제는 한반도에서 건너온 손님들을 맞이하던 환영의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우리나라 말의 ‘왔소’에서 유래됐다. 지난 90년부터 해마다 11월에 쇼토쿠 태자 등 4000여 명이 옛날의 복식을 한 채 가장행렬을 펼친다.

유중광의 곤고구미(금강조)

시텐노지는 태생부터가 백제인의 혼이 담겨 있다. 쇼토쿠 태자가 시텐노지의 건축 책임을 맡긴 사람은 백제인 건축 기술자들이었다. 백제의 통신사와 함께 온 3명의 건축 장인들이 건축에 참여했다. 당연히 백제 양식을 빼닮을 수밖에 없다. 몇 차례의 화재를 당해 다시 복원되긴 했지만 시텐노지의 경내를 걷다 보면 백제인들의 망치 소리, 톱질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때 건축에 참여했던 이가 유중광(柳重光)이다. 유중광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인 ‘곤고구미(金剛組)’를 창립했다. ‘금강’은 유중광이 일본의 왕에게 하사받은 성씨이다. 578년에 창립됐으므로 무려 1400여 년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 곤고구미는 에도시대에 이르기까지 관영 사찰과 시텐노지 전속으로 봉록을 받는 건축장인 집단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곤고구미는 오사카성이나 호류지 등의 개축에도 참여했고 시텐노지의 오중탑이 무너졌을 때도 재건을 맡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곤고구미는 심각한 경영난 끝에 지난 2006년 파산했다. 현재의 오사카의 곤고구미는 금강 가문으로부터 경영권을 사들인 건설회사의 소유다. 지금이라도 곤고구미의 역사와 그 장인들의 기술을 조명하고 계승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충남도가 주도하는 백제문화 세계화의 장정에서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기대를 걸게 된다. 출처: 대전일보 (2009.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