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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장터국밥, 석쇠불고기

서울 한복판 종로2가는 대형 패스트푸드점과 패션 전문점들이 주축을 이루는 전형적인 도심의 번화가다. 그런데 상가 뒤편을 잠시 들여다보면 예상 밖으로 옛 그대로인 서울의 진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종로구 인사동에 들고 일상적으로는 종로2가 YMCA골목으로 부르는 골목 안 진풍경이다.

YMCA 건물 옆으로 열린 골목길을 직선으로 100m쯤 들어가면 20여 채의 한옥이 추녀 끝이 머리에 닿을 듯 이어지고 있다. 외양은 작고 고마고만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뼈대만큼은 반듯한 옛 육의전 골목의 이름 있는 객줏집들의 체모가 그대로 남아 있다. 1백 년 넘는 세월 동안 기본을 흩트리지 않고 견디어오고 있는 기와집들이다.

시골집은 1970년대 초, 그중 여관집 한 채를 사들여, 여관 간판을 그대로 매달아둔 채 국밥집을 열었다. 마당에 국솥을 걸고 여관방에 손님들이 들어앉아 국밥을 먹는 모습이 전형적인 옛 객줏집을 재현해냈다. 지금은 ㄱ자 또는 ㄷ자로 맞물려 있는 기와집 두세 채를 더 사들여 기와집들 사이의 담을 헐어내고 추녀 밑으로 열린 통로를 따라 이집 저집을 연결해 30개가 넘는 방을 하나로 묶어 쓰고 있다.

시골집 장터국밥

4~5명이 둘러앉으면 꼭 알맞을 새장 같은 작은 객줏집 온돌방들이 툇마루를 따라 한 줄로 이어진다.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는 나지막한 쪽문과 좁은 쪽마루 앞 토방마다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인 모습은 여전히 옛 종로통 객줏집의 한 폭 풍속도와 다르지 않다.

주인 김정차 씨와 부인 황현주 씨 부부는 안동과 포항이 고향이다. 김 씨는 안동에서 중고교를 졸업했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고향집을 닮은 YMCA 골목의 기와집들을 눈에 익혔다고 한다. 이후 사업을 구상하다가 안동 5일장에서 어머니가 경영하던 안동장터 국밥집 살림살이를 그대로 싸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단순하고 겁 없는 출발이었다지만, 경상도 내륙의 진한 국밥 맛을 있는 그대로 살려낸 것이 사계절 손님을 줄 세우는 집으로 성공을 이뤄냈다.

고향의 맛을 살려내기 위해, 쇠고기와 채소는 서울에서 구입하지만, 지금도 고추와 마늘 등 향토색 짙은 양념과 국의 간을 맞출 때 꼭 들어가는 묵은 간장은 반드시 안동과 청송에서 담가 가져온다. 경상도 국밥의 기본을 지켜내기 위해 간장과 양념만큼은 고향의 맛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국밥에 곁들여 별미로 내는 석쇠불고기도, 곱게 다진 불고기감에 마늘과 후추 참기름 등 기본양념만 한 뒤, 묵은 간장으로 간을 맞춰 연탄불에 굽는다. 옛 맛을 그대로 살려내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모든 음식이 대물려오는 어른들의 손맛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주인 부부의 자부심과 열정이 성공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출처: 광화문스토리(2015.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