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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막국수

기나긴 겨울밤, 배가 출출해질 때 먹는 살얼음 살짝 얹힌 동치미 막국수는 추운 겨울에 움츠러든 입맛을 돋워주는 별미였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는 동치미 막국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강원도 고성이다.

고성의 동치미 막국수는 ‘이북식 막국수’에서 나왔는데, 이는 원래 금강산 절집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사찰에서는 막국수를 만들 때 육수 대신 동치미 국물로 시원한 맛을 냈고, 여기에다 강원도에서 많이 나는 메밀로 면을 뽑아 말아 먹는다. 특히 겨울이면 동치미를 담근 독을 소나무 숲에 묻어두면 숙성이 잘 되어 시원하고 깊은 맛을 냈다. 금강산 사찰에서 유래한 동치미 막국수는 무엇보다 ‘막’ 만들어 먹기가 편해, 강원도 어느 가정에서나 한밤중 출출해지면 국수를 삶아 훌훌 말아먹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만들어 먹었던 한 그릇의 동치미 막국수에도 우리 조상의 지혜가 숨어 있다. 현대과학으로 따져 봐도 ‘동치미’와 ‘메밀’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기 때문. ‘무 장수는 속병이 없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무는 소화를 도와줄 뿐만 아니라 메밀이 가지고 있는 독을 풀어주는 효과까지 있다. 육류를 금하는 사찰음식에서 유래되었기에 동치미 국물로 육수를 대신하고, 쌀보다 구하기 쉬운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는데, 결과적으로 동치미와 메밀이 만나 서로의 독은 풀고, 맛은 상승시키는 효과를 낸 것이다. 고성사람들은 막국수를 ‘땅에서 났다’는 뜻으로 ‘토면(土麵)’이라고 부른다. 그래서인지 고성막국수는 유난히 메밀 함량이 높아 거무튀튀하고 툭툭 끊어진다. 하지만 그 때문에 동치미 국물이 더 시원하고 달게 느껴진다.

참고: 강원도 대표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