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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어떻게 해야 가능한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분단 70주년 기념 강연내용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프로필

통일은 과정이다

"통일 언제 돼요?" , "강대국들이 우리 통일 시켜 줄까요?" 통일과 관련해서 자주 받는 질문들이다. 첫 번째 질문은 통일은 저절로 되는 것, 그리고 통일을 결과라고 이해하기 때문에 나오는 질문이다. 그러나 통일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이라 만들어 나아가야 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통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꾸준히 노력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과업이다.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통일은 과정이다.

두 번째 질문은 강대국들의 국제정치적 필요 때문에 분단이 된 만큼 통일도 강대국들의 동의나 허락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은 통일의 수혜자가 될 우리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하다.

분단은 타율적으로 이루어졌고 국제정치적 필요 때문에 지속되었지만, 통일은 통일은 우선 남북이 자율적인 노력을 해나아가면서 그 과정에서 주변국가들의 방해를 물리치거나 도움을 받는 순서로 추진해야 하는 과업이다. 우리의 통일을 우리 대신 서둘러서 만들어 줄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통일은 민족 내부의 구심력부터 키워 나아가면서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국제정치적 간섭이나 방해를 물리쳐 나아가는 순서로 접근해야 하는 과정이다.

우리 민족의 분단과 독일 분단의 차이

태평양전쟁은 원래 미국과 일본간의 전쟁으로 시작했지만, 전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소련이 참전을 했다. 큰 희생이나 대가는 치르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소련은 동아시아에서도 전승국이 되었으며 전후질서 수립과정에서 지분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한반도에서 남북분단은 그렇게 이루어 졌다.

유럽에서는 전승국인 미국과 소련이 전범국인 독일 자체를 동서로 분단해서 점령하고, 자신들 세력권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는 미국과 소련이 전범국인 일본 대신,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를 분단해서 점령했다. 일본 열도는 섬이어서 한반도에 비해 지정학적 가치가 적기 때문이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자임에도 한반도가 일본 대신 매를 맞은 격이다. 이렇게 억울하게 시작된 그 분단이 이러저러한 대내외적 이유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미국과 소련 두 나라가 한반도를 분단시켰지만, 지금은 중국, 일본까지 포함해서 네 나라가 한반도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작용을 하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단 초기에는 힘이 없었던 중국이 이제는 러시아보다 더 강해졌다. 2차대전의 전범국으로서 발언권이 없던 일본도 이제는 분단된 한반도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그 기득권을 쉽게 내놓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통일이 되려면 국제정치적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한다. 바로 이런 사정들이 통일을 어렵게 한다고 할 수 있다.

통일을 방해하는 힘

한반도 주변국가들의 이런 입장이나 정책을 '통일의 원심력' (방해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북 간에 서로 뭉치려는 생각, 남북간에 왕래하고 교류, 협력하려는 입장이나 노력은 '통일의 구심력'이라고 할 수 있다. 6.25동란 이후 중국이 북한을 기본적으로 자기네 앞마당으로 여기고 관리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한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되었지만, 통일된 한국이 중국에 반드시 우호적이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면 중국은 지금처럼 남북이 분단된 채로 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통일이 임박했을 때 한국 사람들이 "이제는 미군이 필요 없다. 나가달라"고 얘기할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 역시 우리의 통일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한반도가 통일됐을 때 자기네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주변국들이 통일에 협조적이라기 보다는 현재의 분단 상태를 유지시키려 하거나 심지어는 통일을 반대할 가능성도 크다. 이런것들이 모두 통일 방해세력(원심력)과 관련된 문제다. 통일의 원심력과 구심력의 상호관계에서 원심력이 구심력보다 크면 결국 분단이 지속되는 것이고, 그 반대라면 통일이 되는 것이다. 원심력과 구심력이 비슷해지면 교류,왕래,협력하면서도 통일은 안 되고 그럭저럭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분단상태를 방치하여 섬나라로 살아 갈 것인가? 아니면 통일분위기를 만들어 조금이라도 통일에 다가갈 것인가? 답은 자명하다. 분단보다는 통일의 편익이 훨씬 더 클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통일이 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통일을 다른 어떤 나라도 먼저 챙겨줄 리 없기 때문에 우리가 스스로 그쪽으로 다가가야 한다. 통일의 구심력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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