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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통일 반대 극복

소련의 경우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대목이 하나 있다. 독일 통일의 원심력(통일반대)으로 작용하던 소련의 대동독 보호정책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게 된 것은 소련의 대내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르바초프가 집권하고 페레스트로이카, 글라스노스트라는 소련판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련으 해외 개입이 줄어들어 더 이상 동독을 지켜줄 수 없게 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런 소련이 더 이상 통일의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없게 만든 서독의 대소련 외교정책도 우리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소련에 서독이 차관을 주기로 한 것이다. 서독은 소련 경제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뿐만아니라 동독 지역에 나와 있던 30만 명이 넘는 소련군, 바르샤바조약군의 모자를 쓰고 동독에 주둔하던 소련 군이들이 철수해서 살 집을 짓는 건설비까지 서독이 주기로 하고 동독 주둔 소련군을 철수시켰다. 그러다보니 소련이 더 이상 독일 통일의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그러나 통일의 원심력이 깨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든데는 서독의 대미정책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동방정책 이후 베를린장벽 붕괴때까지 20년 동안 1044억 DM(도이치마르크), 미화 580억 달러, 연간 29억 달러 상당 현금과 물자가 서독에서 동독으로 넘어가는 동안 동독의 민심이 서독으로 이미 넘어왔기 때문에 통일의 구심력이 원심력을 능가할 만큼 커졌다는 것은 이미 설명했다. 소련의 대동독 지원이 중단되면서 통일의 구심력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지만, 그때 서독 정부가 대미외교를 그르쳤더라면 미국의 대독일 정책이 통일의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이후 동독 주민들이 사실상 서독 치하에서 살려고 마음먹고 서독으로 밀려들어올 때 만약 서독 정부가 미국에게 " 우리는 통일 다 됐으니 미국은 이제 독일에서 나가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미국이 독일 통일에 협조적이기보다는 독일의 통일을 늦추거나 분단 상태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정책을 썼을지도 모른다. 미,소 간의 세력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통일의 원심력이 약화된 건 틀림없지만, 통일된 독일이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미국은 얼마든지 통일을 지연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서독은 미국에게 통일 후에도 독일에서 미국의 국가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다. " 통일 이후에도 미군이 독일 지역에 주둔해줘야 한다. 유럽 전체의 안보와 질서 유지를 위해서 미군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현재 미군은 전 세계 150여 개 이상 국가에 16만 5000여 명이 나가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숫자가 독일에 주둔하고 있다. 지금 독일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이름으로 나가 있는 미군 수가 5만 3500명이 넘는다. 한국에 있는 미군의 두 배 가까이가 독일에 있는 것이다. 통일 후에도 미군이 나토의 모자를 쓰고 남아줘야 한다는 콜 수상의 대미 요구가 미국으로 하여금 독일 통일을 적극 돕게 만드는 힘이 됐던 것이다. 말하자면 통일의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힘을 통일의 구심력으로 바꿔버린 셈이다.

우리도 통일을 하려면 이렇게 원심력과 구심력의 상호관계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구심력부터 키워나가다가 원심력이 약화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통일을 이뤄나가야 한다.

순서상으로 얘기하자면, 처음부터 원심력을 약화시키는 노력, 이른바 통일외교(주변국 관리)는 당초에 가능하지도 않고 쉽지도 않다. 그에 비해 구심력을 키우는 것은 우리가 생각을 바꾸면 가능하다. 그러니까 구심력을 먼저 키워나가야 한다. 통일은 우리가 만들어나아가야하는 것이지, 주변국의 동의에 의하여 안겨질리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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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반대세력

우리나라 내부에 통일 반대세력(원심력)이 있다. 분단으로 인해 기득권을 쟁취한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정치인(주로 군사독재의 잔당들), 친일파 및 그 후손, 방위비로 먹고 사는 무기상 등이 그렇다. 이 부류는 통일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으며 실제로 종북이니 퍼주기니 하면서 여론을 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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